
정홍순 시인
이서구(李書九, 1754∼1825)가 지었다는 <호남가>에 “흥양興陽에 돋은 해는 보성寶城에 비쳐있고, 고산高山의 아침 안개 영암靈巖을 둘러 있다.”한 것처럼 사설이 지명으로 이루러진 것은 세계적으로 특이한 일이라 할 수 있다.
54개의 지명으로 호남의 아름다움을 닮고 있는 <호남가>에는 지역의 특징을 하나의 가락으로 읊고 있으니 그 고장 사람들에게는 눈물겹도록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고흥에만 가면 맑은 햇빛과 청정한 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한껏 빠지곤 한다.
필자는 10년 쯤 고흥에서 살았다. 남도의 정서를 흠뻑 받은 곳이 다름 아닌 고흥이다. 어느 정도 지역 곳곳을 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서면에 위치한 바닷가는 가볼 기회가 없었다. 얼마 전 큰마음 먹고 ‘신기거북이마을’을 탐방하기에 이르렀다. 바닷가로 들어서면서 대서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기거북이마을은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명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5개 마을을 권역으로 묶어(안남권역) 추진하고 있는 특화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안남권역 5개 마을의 이름에 담고 있는 의미를 보면 조상들의 안목과 지혜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신기(도자기), 장선(신선), 화천(빛이 나는 냇물), 안동(기러기), 봉계(닭)모두 다 상서로운 의미를 품고 있다. 이름대로 된다고 하였던가. 보성에 비쳐주는 빛이 고흥에서 돋는 해가 틀림없었다.
지방자치마다 지역특화를 위해 캐릭터가 뜨고 있다. ‘강쇠와 옹녀’ ‘춘향이’ ‘흥부와 놀부’가 남원의 캐릭터인 것처럼 지역문화사업이 활발한 가운데 신기거북이마을에는 거북이에 얽힌 전설 하나쯤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신기마을은 도기그릇처럼 생긴 바다를 품고 있는 형세로 붙여진 이름이잖은가.
왜 거북이가 등장했을까. 전국적으로 거북이를 동원해 이미지화한 곳이 여러 곳에 이르는데 말이다. 그러나 신기마을은 전설이나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커다란 ‘거북돌’이 출토한 곳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거북돌이 출토한 지역인 만큼 돌에 얽힌 사연이 있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학습체험, 갯벌체험 특히 ‘고흥은 우주다’라는 고흥군 주제인 우주항공과 연계하여 만든 별나라공원은 우주의 신비, 천체의 역사, 조상들의 별자리에 관한 설명과 관찰, 천체관측장비가 갖추어진 가운데 지층, 단층 학습체험장으로 너무 소중한 지역자원을 갖추고 있다.
단층지질관찰로는 해안에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지층, 단층대가 형성되어 있어 지층, 단층 학습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엇석’이 다량 출토된 야산을 이루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이 엇석이 아직 ‘단층역斷層礫’(단층조약돌)으로 명문화되지 않고 있음을 송성모 위원장(안남권추진위)은 조용히 언질 하였다.
엇석으로 이루어진 야산 언덕에 일출일몰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천혜의 비경과 우주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보수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인적이 끊긴 어느 빈집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신기거북이마을을 포함한 안남권역사업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다. 그 목적을 보면 농촌다움의 유지보전과 삶의 질 향상,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함을 위해 농촌마을 공간을 새롭게 재편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 마을사업은 추진위원회를 위한 소득사업이 아니다. 전적으로 마을과 주민들 생활의 이기를 위한 적극적 사업이다.
마을의 자원을 활용하여 녹색마을이든, 도농교류이든,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기에 마을 자체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인적, 물적 자원의 도움 없이는 지속사업의 안정화를 이룰 수 없는 분야 가운데 있는 것이 군과 도의 연계사업이다.
일출일몰전망대 관리에 관한 어려운 점을 물었다. 답변은 간단하였다. 수차례 군에 건의하고 있지만 번번이 외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남권역브랜드사업을 위해 실무진(사무장)을 요청하기도 하였으나 편파행정에 밀려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행정수반을 다시 세웠다. 우주항공시대를 여는 ‘해피고흥’이 다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편파, 감정행정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자신의 치적에만 몰두하는 것은 올바른 행정이 아니다. 전 군민이 다 같이 행복하지 아니하면 지방자치의 명분이 서지 않는 것이다.
신기거북이마을이 갖고 있는 가치를 쉽게 버려서는 안 된다. 고흥군 주제와 연계한 사업이 조금은 미진할 수는 있다 해도 자연으로부터 물려받은 지질학적 자원만으로도 우리나라 유일한 것임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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