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순 썸네일형 리스트형 찔레 붉게 피다 찔레 붉게 피다 정홍순 먼 먼 태안에서 순천 갈대마을까지 왔다 충청도에서 전라도로 기찻길 건너 금강하구둑 굽이굽이 넘어 남녘땅에 내렸다 뿌리발이로 몸살 하던 물 설고 땅 설던 겨울 갑절이나 추워 고향 그리워 울기만 했다 조막손만 한 끌텅이 몸부림치다 새순 죽어 자빠지자 바늘땀처럼 살 꿰매며 몸 하나 세워두던 찔레는 죽지 않았다 울화 치는 하늘 접어 고뇌의 땅 차고 일어 만고 끝에 꽃을 달았다 살아서 기적이 아니다 붉은 잎 속으로 차오는 노을 먼 먼 태안 생각하며 정시하고 꽃으로 서서 한 마장 피어나는 모든 것 기적대로 사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뿔 없는 그림자의 슬픔》 (문학의 전당, 2014) 더보기 I Purple You I Purple You 정홍순 유네스코 갯벌 순천만에서 신안 갯벌 만나러 1004대교 타고 안좌도로 간다 굽이굽이 연두 봄 산 해찰부리고 있는 벚꽃이 꽃을 날리고 있다 보라색 섬 꿈틀거리며 목교가 걷는다 꿀풀 도라지 꺾어들고 걸어서 목포까지도 이젠 너끈히 갈 수 있겠다 보라해 섬 끝까지 믿고 함께 할 사랑 박지도 비구니 반월도 비구의 노둣길 흐릿흐릿 전설 이루는 섬 돌망태기 지고 갯벌에 하나로 설 수 있던 보랏빛 보랏빛 그 섬에 봄 묻었다 더보기 내가 다 시원하다 내가 다 시원하다 정홍순 딱지 떨어진 무릎 새 살이 보인다 구부러져 잘 낫지도 않는데 말간 새 살 올라 내가 다 시원하다 안대 풀고 깁스 풀고 껍질 벗겨내니 내가 다 시원하다 머리카락 빠져 죽을병인가 했는데 촘촘 머릿결에 내가 다 시원하다 요즘 나는 용하게 살아가는 나무 덕에 산다 더보기 아욱국 먹으며 아욱국 먹으며 정홍순 아욱은 이슬이 멎거든 뜯으라 하데, 여보 채소라고 아무렇게나 뜯는 게 아닌가 봐 살림, 구단까지 하려면 공부가 많아야겠어 먹는 사람 생각하면 아무 때나 뜯으면 어때 아욱을 생각하니 그렇겠지 아욱국이 참 맛나네 입이 즐겁고 덕분에 한 줄 더 청정하게 되었어, 여보 가끔 줄기가 거시기하지만 허투루 씹지 말라 넣었겠지 아욱국 앞에 두고 함초롬 내린 이슬이 보이네 머리칼 뿌리까지 하얗게 살아오는 동안 아픈 곳이 많았지 어제는 발이 땅 속으로 딸려 들어간다고 손잡아 끌며 산책했잖은가 당신 성한 곳은 말라버린 가슴뿐 위대한 어머니만 남았네 젖 물고 자라난 세 아이가 또 자식을 낳고 살아가고 있으니 여보, 화단에 다시 아욱을 놓세 꽃이 피는 아욱 곁으로 올망졸망 아이들 불러 앉히고 따뜻한 볕의 .. 더보기 맷돌 두부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맷돌 두부/ 정홍순 시. 이광희 사진 부글부글 끓는 가마솥에 간수 부어 엉겨들게 하는 솜씨 그의 전모가 보인다 풀밭이 보이고 새들 날아 앉는 나리꽃 만발한 들판에 애들이 달려들어 안기고 고깃배 기다리며 몽글게 삭정이 불 피워놓는 그게 나의 신이다 가난한 눈물 아낌없이 건네주는 나의 신 무릎 꿇고 다짐하며 빌어주는 나의 신 그 누구에게라도 애절하게 달려드는 맷돌 두부 새하얀 고요 같은 그게 나의 신이다 ▲이광희 사진 ▲이광희 사진 [출처] 오코리아뉴스 - http://www.okoreanews.com 더보기 모래가 운다 모래가 운다 정홍순 곡소리가 제일 긴 곳 십 리 모래가 운다 몸부림치다, 까무러치다 다시 운다 스스로를 물려받고 출생한 불온한 바다 명사십리에 가슴 터지는 여자가 바람을 원한다 여자는 오늘 울음꾼으로 여기에 왔다 부서지는 것들이 서로를 위무하는 곡간哭間에 시원하게 울어주고 싶어 왔다 제 서러움은 섞지 않을 것이다 마냥 울어주려고 왔다 고래등 같은 집이 무너져 돌무더기가 되고 게딱지 같은 집이 가루가 되게 사람이 없을 거라는 아모스의 말 그 말을 울러왔다 곡을 쳐 바다를 갈 것이다 파랑을 만들어 서리를 심는 여자가 될 것이다 애곡이 끝나도록 멍석말이 포말 몇 채 말아 힘센 정의가 다 죽었다고 하얗게 깔아놓고 울을 것이다 (2020. 가을호) 더보기 석류마을 석류마을/ 정홍순 외로마을은 석류마을이다 석류꽃 피는 바닷가 그 길 걸어보지 않고서는 칠월을 말할 수는 없다 석류꽃이 피는 대로 석류꽃이 우는 대로 눈부신 사랑 보지 못하고 사랑을 말할 수는 없다 석류가 익는 날부터 깊은 소리로 불러주는 바다 갯벌 타고 온 노래에 빛나는 별의 이름으로 쓰면 가슴에 시리다 눈에 달게 맺히는 얼굴 외로마을은 노을마을이다 바다 건네 보내는 억새꽃, 한 장의 연서처럼 쌀안개가 자욱한 마을 햇살이 부서질라 나락 밭에 백로가 너울너울 흔들어 노을 뿌리는 석류마을 노르스름 유자도 익어간다 더보기 애기똥풀 애기똥풀 정홍순 북한강과 남한강이 머리 맞대고 합수하는 양평에서 애기똥풀이 4월을 어르고 있었습니다 용문산 정수리에 대고 핀 꽃으로 말이 애기똥풀이지 얼마나 기가 세고 독한지 벌레도 범접하지 못한다 하였지요 어디나 초행은 더듬거리기 마련이지만 50년 만에 만난 누나 갈월사 애기똥풀에서 찰랑찰랑 물바람 소리가 났습니다 잠은 더디 오고 꿈은 빠르게 새던 소쩍새 소리에 애기똥풀이 한풀 더 울었음을 알고 수목장 오솔길 따라 걸었습니다 날 꺼내라 날 꺼내라 1000년을 벼르다 나온 미륵불이 애기똥풀 몰고 온 아침 나와 日을 꺼내라 칼날과 날것을, 너무 생생했습니다 -오코리아뉴스(2020-09-28)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