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전당시인선 썸네일형 리스트형 찔레 붉게 피다 찔레 붉게 피다 정홍순 먼 먼 태안에서 순천 갈대마을까지 왔다 충청도에서 전라도로 기찻길 건너 금강하구둑 굽이굽이 넘어 남녘땅에 내렸다 뿌리발이로 몸살 하던 물 설고 땅 설던 겨울 갑절이나 추워 고향 그리워 울기만 했다 조막손만 한 끌텅이 몸부림치다 새순 죽어 자빠지자 바늘땀처럼 살 꿰매며 몸 하나 세워두던 찔레는 죽지 않았다 울화 치는 하늘 접어 고뇌의 땅 차고 일어 만고 끝에 꽃을 달았다 살아서 기적이 아니다 붉은 잎 속으로 차오는 노을 먼 먼 태안 생각하며 정시하고 꽃으로 서서 한 마장 피어나는 모든 것 기적대로 사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뿔 없는 그림자의 슬픔》 (문학의 전당, 2014)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