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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漵 칼럼

바심노래와 농가월령가

바심노래와 농가월령가
2015년 11월 11일(수) 13:40
정홍순 순천희락교회목사/시인

[칼럼=전남도민일보]정홍순 순천희락교회목사/시인= 11월의 공식적인 기념일이 학생독립운동기념일, 농업인의 날, 순국선열의 날 등 세 차례나 들어있다. 특히 11일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을 알리고 최근 농업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여 농민들의 의욕을 고취하고자 제정되었다. 일제강점기 때는 6월 14일을 권농일로 제정하였다가 해방 이후 농민의 날로 명칭을 바꾸어 부르게 되었고 1997년 농업인의 날로 명칭과 날짜를 변경하였다.

날짜를 11월 11일로 변경한 이유는 농민은 흙을 벗 삼아 삶의 터전으로 살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토(土)자가 겹친 土월 土일을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 정한 것이다.

또한 한 해의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여 ‘화합 한마당 행사’도 개최되고 있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바심노래와 농가월령가가 생각난다.

옛날부터 긴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주며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부르던 노래, 농사일에 따라 또는 각 지방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는 것으로 농민의 생활상과 애환이 담겨져 있는 농요인 바심노래가 있다. 선소리꾼의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를 서로 주고받으며 절구통에 타작하던 바심소리가 쟁쟁하게 들리는 듯하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丁學遊, 1786-1855)는 농가월령가를 썼다. 농가월령가는 정학유가 일상적 농민의 삶을 취재하여 적은 글로 농사짓는 이들이 매 월 할 일을 적어놓았고 덧붙여 세시풍속, 놀이, 행사, 음식 등에 대한 소개도 담겨있는데 맺는 노래(구)에 다음과 같이 농사의 중요성을 적고 있다.

농사는 믿는 것이 내 몸에 달렸으니/절기도 진퇴 있고 연사도 풍흉 있어/수한풍박(水旱風雹) 잠시 재앙 없다야 하랴마는/극진히 힘을 들여 가솔(家率)이 일심하면/아무리 살년(殺年)에도 아사는 면하느니/제 시골 제 지키어 소동(騷動)할 뜻 두지 마소./황천(皇天)이 지인(至仁)하사 노하심도 일시로다./자네도 헤어보아 십년을 가령(假令)하면/칠분은 풍년이요 삼분은 흉년이라./천만가지 생각 말고 농업을 전심하소./하소정(夏小正) 빈풍시(風詩)를 성인이 지었느니/이 뜻을 본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이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앞소리 뒷소리 힘 모아 타작하고, 농업을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 한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에 우수가 깃드는 것은 왜일까. 농업혁신을 기하는 종자산업 육성을 장려하는 마당에 흥이 나지 않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일까.

생명농업이나 과학영농기술에 도리깨, 절구통의 자리개질은 가당치도 않을 말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거짓된 심보를 가지고 살지는 않았으며 더더욱 흙의 정직한 정신을 잃지 않고서 수백 수천을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위장이라는 말로 농정을 갈아엎기 시작하였다.

위장이란 말이 무엇인가. 남을 속이고자 본래의 태도나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가리거나 꾸미는 것, 또는 그러한 수단이나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공직자들이 재산공개를 앞두고 위장 매각하는 처사나 농사짓지도, 지으려는 맘도 없으면서 농지를 사들이기 위해 위장 전입하는 경우라든지 또는 정치적 우위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 속이는 위장정치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이 얼마나 죄질이 나쁜 파렴치한 행동들인가. 그럼에도 위장을 기술적인 묘수로 정당화하려는 작태가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 슬프고 괴로운 일이다. 정약용의 권농(勸農)을 읽어보자.

농사라는 것은 백성에게 이로운 것이다. 농사를 권장하는 핵심은 세를 덜어 주고 부역을 가볍게 하여 그 근본을 배양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토지가 개간되고 넓어질 것이다. 총괄한다면, 농사를 권장하는 정치는 먼저 백성에게 일을 주어야 한다. 걸맞은 일을 나누어 주지도 않으면서 온갖 일을 섞어 권장해선 안 된다.(목민심서, 제6부 호전육조 중 제6조)

이쯤에서 생각해야할 것은 앞소리 뒷소리 가락이 맞는 농정정책이 있어야 할 것이고 농심이 파산되지 않도록 농업인 행복제도를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을 어서 속히 세워야 할 것이다.

<본 칼럼내용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