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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비밀스런 맛 우리들의 비밀스런 맛/정홍순 장 달이는 날은 아궁이 장작 타는 소리와 장 냄새 슬그머니 감출 수 없는 노릇이다 대조리로 거품 거둬내며 내린 장 갯벌에서 갓 잡아온 농게는 농게대로 박하지는 박하지대로 도가지에 넣고 빛깔마저 타고난 장 잿빛 장 부어 게장이 만들어진다 이 집 저 집 밥상에서 게딱지 빨아대는 소리 손가락 쪽쪽 빨며 짭조름한 게살 집게발 깨는 소리가 게 구럭 가득 차던 갯마을 무더운 한철이 넘어가곤 하였다 소리는 사라지고 없지만 사람은 그 소리에 만들어졌다 풀피리보다 더 서럽게 서글서글한 입 속에서 놀던 소리가 장지문 열고 나가는 우리들의 비밀스런 맛이었다 더보기
은꽃제 은꽃제/정홍순 피리 떼 배 잦히고 허옇게 물 달이는 옥천 또각또각 건너와 은은히 차린 동목서 향불에서 난 종일 탄다 더보기
공생 공생/ 정홍순 게고동이 집을 끌고 가다 다른 게에게 내주면 생의 순례는 아름다운 것이라서 가끔은 다투기도 하였다 빈껍데기일망정 생을 부추길 수 있는 날 내가 살아 난처해하는 것은 너의 생에 연루되었기 때문이다 더보기
고니에게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1) / 고니가 운다 - 정홍순의 ‘고니에게’ 뉴스페이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1) / 고니가 운다 - 정홍순의 ‘고니에게’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41) / 고니가 운다 - 정홍순의 ‘.. 더보기
고드랫돌 소리 고드랫돌 소리 입력시간 : 2019. 07.18. 13:08 강아지도 식구 노릇하며 사느라 짖는 것 보면 대견스럽다 허투루 짖을 때도 있지만 늦여름 붙들고 있는 매미보다 그래도 서러움이 덜해서 괜찮다 여름 소리는 무르지 않다 부채질 소리, 냉국 오이 써는 소리 모깃불 타는 소리 바가지 물 등목 하는 소리 한밤중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 여름 소리는 그늘을 짠다 해가 마루 오르기 전 토방에 밀짚멍석 깔고 앉아 아침밥 뜨고 그늘 따라 여름살이 하던 집 이제 해는 지붕을 그냥 넘어간다 딸가닥 딸가닥 밀짚멍석 짜느라 타래 풀던 아버지 자리틀에 매진 고드랫돌 소리 틀어 놓고 별 하나씩 집어 넘기고 싶은 밤 왈 와르르르르르 강아지가 짖는다 정홍순 |《시와사람》으로 작품활동 시작 화순문학상 수상 시집 『뿔 없는 그림자의.. 더보기
갈대는 바다를 품고 산다 갈대는 바다를 품고 산다/정홍순 감춰진 자존심 꺼내지 마라 갈대처럼 눕혀도 스스로 핍박하지 마라 저 바다 품고서 하나씩 삭히며 살다가 가라 더보기
사투(死鬪)하는 사투(四TOO)사회 사투(死鬪)하는 사투(四TOO)사회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9년 04월 24일(수) 00:00 /정홍순 시인 봄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계절도 없다. 동장군이 물러 간지 엊그제다. 아마 꽃이 피었다 지는 속도감에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벌써’라는 말을 이끌고 봄은 이렇게 왔다 간다. 세월의 빠름을 그 연배만큼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변화는 속도감이 있다. 뿐만 아니라 긍정과 부정의 두 속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불변의 변화도 인식의 범주 안에 늘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무쌍이란 말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많이 변화했다는 말에 어느 교장선생님은 “교과서에 실린 동시를 보면 알 수 있는 데 농촌의 이미지와 정서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여 .. 더보기
사월의 노래 사월의 노래 호남매일 honamnews@hanmail.net 2019년 04월 10일(수) 00:00 /정홍순 시인 초록의 물결로 사월을 시작한다. 자연이 받은 생명의 명령은 꽃을 너무 오래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은 아쉽지만 꽃이 지지 않으면 사월은 더 아프고 말 것이다. 시인 가객들 가운데 사월을 주제삼아 다루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박목월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다고 노래했다. 시인이 사월의 노래를 부를 때는 목련꽃이 한창이었던가 보다. 지구온난화로 꽃의 경계가 무너진 요즈음 목련꽃은 벌써 지고 없는데 말이다. 한 달이나 빠르게 꽃이 피고 있다는 말이 환경의 변화를 입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인환은 “꽃길도 걸어본 사람이 걷더라/봄날도 즐겨본 이가 누리더라”고 사월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