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비밀스런 맛/정홍순
장 달이는 날은
아궁이 장작 타는 소리와 장 냄새
슬그머니 감출 수 없는 노릇이다
대조리로 거품 거둬내며 내린 장
갯벌에서 갓 잡아온
농게는 농게대로
박하지는 박하지대로 도가지에 넣고
빛깔마저 타고난 장
잿빛 장 부어 게장이 만들어진다
이 집 저 집 밥상에서
게딱지 빨아대는 소리
손가락 쪽쪽 빨며 짭조름한 게살
집게발 깨는 소리가
게 구럭 가득 차던 갯마을
무더운 한철이 넘어가곤 하였다
소리는 사라지고 없지만
사람은 그 소리에 만들어졌다
풀피리보다 더 서럽게
서글서글한 입 속에서 놀던 소리가
장지문 열고 나가는
우리들의 비밀스런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