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새로운 의미
정홍순 시인 두번 째 시집 '물소리를 밟다' |
'그전부터 마(麻) 장사치들이 장시했다고/마근포(麻斤浦)라 부르다가 천연스레 물너울 막던/방파제라서 막음이라고 마금포라고도 했다가/도적떼들이 바다에 칼 갈아 훈련했다고/마검포라 부르는데 누가 알겠어만 흔하게/마근개로 갯바구니 들고 다녔으니'('해당화' 중에서)
지난 2011년 '시와사람'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홍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물소리를 밟다'가 출간됐다.
시인은 '참말'을 '신봉'하는 자신의 시작 방향을 작품을 통해 강력하게 드러낸다. 이번 시집은 결국 이런 시작 태도와 방향에 따라 제작, 구성됐다. 시인은 이제 그가 기억했던 것, 혹은 채집하고 연구했던 것들로부터 '참말'이 평범하게 일상을 줄 놓던 시절을 복원하고자 한다. 이것은 개인의 가장 아픈 가족사에서 출발한다.
정홍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지역→장소→거처'로서의 '고향'의 의미를 새롭게 해주었다. 이미지의 편린(片鱗)이거나 서술을 완성하지 못하는 언어로서의 고향이 아니라 살아있었고, 현재도 살아 변화하며, 그렇게 변하면서 지속하게 될 생명으로서의 고향을 되살려준다.
시인동네. 124쪽. 9,000원.
/이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