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원창역’에서 부르는 가을
정홍순/시인 |
2016년 10월 11일(화) 0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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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민일보]“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대답 없는 사람아/기다리는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기다리는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기다리는 안동역에서”가수 진성이 부른 ‘안동역에서’를 개사하여 원창역에서, 원창역에서 불러가며 한 번도 이용한 적은 없지만 오늘은 혼자만의 약속장소인 원창역에 간다.
순천에는 한국철도공사 전남본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 호남본부가 있는 순천역이 있다. 순천역을 연계한 경전선과 전라선에는 간이역들이 많이 있다.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간이역, 특히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전남지역 간이역은 곡성역, 원창역, 남평역, 율촌역 등이 있다.
잠시 간이역 문화재적 가치를 살펴본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은 간이역의 가치를 20세기 초 근대화의 물결에 따라 마차에서 기차로 교통수단이 바뀌면서 생겨난 것으로 근대기의 기간산업과 생활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며, 교통통신의 발달로 신문화의 전국 유입과 지방고유문화의 출입구, 항일운동의 만주로 이어주는 매개체, 서민들의 사연과 애환을 풀어놓는 한국현대사의 쉼표 역할이라 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간이역 원창역은 2004년 12월 31일 등록됐고, 별량면 봉림리(친환경길 162)에 위치해 있는 순천의 또 하나의 문화유산이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표준설계를 잘 표현한 간이역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흰색바탕의 검은색 글씨로 쓴 간판이 눈에 쏙 들어온다.
원창역은 1930년 12월 25일 영업을 개시했고, 본래 모습이 잘 보존된 역사로 등록된 문화재 128호로서 2005년 9월 1일부터 무인역으로 전환됐지만 지역의 주요 생산물인 쌀, 목재, 광물을 일본으로 수탈하는 통로역할을 했었다. 원창역은 송정리-여수 간 철도에 만들어진 역사(驛舍) 중 하나로서 대합실 부분의 지붕이 역무실의 지붕보다 높게 설계된 80여년의 역사를 지닌 건물이기도 하다.
지금은 역사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격동의 한 시대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보선차량이 대기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곳, 전방신호기가 가끔 파랗게 바뀔 때 말고는 붉은 신호등만이 켜있는 곳, 전철화 구간이 아니므로 고압전기 위험이 따르지 않는 곳, 마치 철로공원의 느낌이 들어 추억이야기를 기다랗게 펼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물론 무인역이기 때문에 함부로 철로에 접근하는 것은 사전 허락을 받을 필요가 있다. 순천이나 벌교를 향해 곧게 뻗어있는 철로에 일단정지라고 쓴 녹슨 정지표시판을 보면서, 무조건 빨리빨리 속도감에 지친 사람이라면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길 하나로 경계선을 삼고 있는 순천이 담아내고 있는 삶의 공간의식을 배우게 될 것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성산역은 새로운 보수작업으로 단장됐고, 구룡역은 없어졌지만 원창역은 옛 모습 그대로 존재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옛 집기류나 쓰던 물건들이 깨끗하게 치워진 것이 조금은 아쉬움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그전처럼 내부에 열차 시간표 등 무인역으로 전환되기 전의 모습으로 재현 보존하는 것도 역사에 대한 관리가 될 것이다.
이제는 근대문화유산으로 관리 보존하는 차원에서 역사의 교육장으로,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여 드라마 촬영장에서부터 원창역을 거쳐, 별량염전과 화포 해변의 해돋이, 갯벌체험을 연결할 수 있는 로드테마로 활용할 수 있다면 순천을 찾는 여행이 단순히 보는 것에서 배우고, 경험하고, 인식할 수 있는 여행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자본을 들여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순천의 문화유산을 잘 활용하는 지혜를 모을 때이다. 역사에 어두운 사람은 역사에 휩쓸리리라는 말이 있다. 역사는 내 가정, 내 고장의 역사로부터 출발한다. 편향적으로 좋은 것만 말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좋은 역사관이 아니다. 역사는 단순히 지난 과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창역에 가을이 짙어지고 있다. 보내는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없는 간이역이지만 원창역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을의 풍경 속에서 길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쉼표 같은 정거장, 기적소리 울리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던 것처럼 가슴 뛰는 젊은 날이 생각날 것이다. 지금 원창역에는 가을을 부르는 종려나무가 푸르게 손짓하고 있다.
순천에는 한국철도공사 전남본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 호남본부가 있는 순천역이 있다. 순천역을 연계한 경전선과 전라선에는 간이역들이 많이 있다.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간이역, 특히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전남지역 간이역은 곡성역, 원창역, 남평역, 율촌역 등이 있다.
잠시 간이역 문화재적 가치를 살펴본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은 간이역의 가치를 20세기 초 근대화의 물결에 따라 마차에서 기차로 교통수단이 바뀌면서 생겨난 것으로 근대기의 기간산업과 생활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며, 교통통신의 발달로 신문화의 전국 유입과 지방고유문화의 출입구, 항일운동의 만주로 이어주는 매개체, 서민들의 사연과 애환을 풀어놓는 한국현대사의 쉼표 역할이라 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간이역 원창역은 2004년 12월 31일 등록됐고, 별량면 봉림리(친환경길 162)에 위치해 있는 순천의 또 하나의 문화유산이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표준설계를 잘 표현한 간이역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흰색바탕의 검은색 글씨로 쓴 간판이 눈에 쏙 들어온다.
원창역은 1930년 12월 25일 영업을 개시했고, 본래 모습이 잘 보존된 역사로 등록된 문화재 128호로서 2005년 9월 1일부터 무인역으로 전환됐지만 지역의 주요 생산물인 쌀, 목재, 광물을 일본으로 수탈하는 통로역할을 했었다. 원창역은 송정리-여수 간 철도에 만들어진 역사(驛舍) 중 하나로서 대합실 부분의 지붕이 역무실의 지붕보다 높게 설계된 80여년의 역사를 지닌 건물이기도 하다.
지금은 역사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격동의 한 시대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보선차량이 대기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곳, 전방신호기가 가끔 파랗게 바뀔 때 말고는 붉은 신호등만이 켜있는 곳, 전철화 구간이 아니므로 고압전기 위험이 따르지 않는 곳, 마치 철로공원의 느낌이 들어 추억이야기를 기다랗게 펼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물론 무인역이기 때문에 함부로 철로에 접근하는 것은 사전 허락을 받을 필요가 있다. 순천이나 벌교를 향해 곧게 뻗어있는 철로에 일단정지라고 쓴 녹슨 정지표시판을 보면서, 무조건 빨리빨리 속도감에 지친 사람이라면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길 하나로 경계선을 삼고 있는 순천이 담아내고 있는 삶의 공간의식을 배우게 될 것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성산역은 새로운 보수작업으로 단장됐고, 구룡역은 없어졌지만 원창역은 옛 모습 그대로 존재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옛 집기류나 쓰던 물건들이 깨끗하게 치워진 것이 조금은 아쉬움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그전처럼 내부에 열차 시간표 등 무인역으로 전환되기 전의 모습으로 재현 보존하는 것도 역사에 대한 관리가 될 것이다.
이제는 근대문화유산으로 관리 보존하는 차원에서 역사의 교육장으로,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여 드라마 촬영장에서부터 원창역을 거쳐, 별량염전과 화포 해변의 해돋이, 갯벌체험을 연결할 수 있는 로드테마로 활용할 수 있다면 순천을 찾는 여행이 단순히 보는 것에서 배우고, 경험하고, 인식할 수 있는 여행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자본을 들여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순천의 문화유산을 잘 활용하는 지혜를 모을 때이다. 역사에 어두운 사람은 역사에 휩쓸리리라는 말이 있다. 역사는 내 가정, 내 고장의 역사로부터 출발한다. 편향적으로 좋은 것만 말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좋은 역사관이 아니다. 역사는 단순히 지난 과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창역에 가을이 짙어지고 있다. 보내는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없는 간이역이지만 원창역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을의 풍경 속에서 길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쉼표 같은 정거장, 기적소리 울리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던 것처럼 가슴 뛰는 젊은 날이 생각날 것이다. 지금 원창역에는 가을을 부르는 종려나무가 푸르게 손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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