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K형과 승용차 부품을 가지러 여수 현대부품대리점 한남상사에 간 일이 있다. 일련번호를 확인하면서 부품이 정확한지 꼼꼼히 챙겨주는 서비스가 남다르게 돋보여 기분 좋게 돌아왔다.
1km쯤 정지선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데 옆에서 경음기를 울리며 창문을 열고 우리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한남상사 직원이었다. “카드를 놓고 가셨어요.” 미소 가득 담긴 얼굴로 K형의 신용카드를 건네주었다. 아차, 결제하고 카드를 놓고 온 것이다.
“역시 여수가 그냥 엑스포 개최한 도시가 아니다.” “미항의 여수답다.” 칭찬을 아낄 수가 없었는데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규제를 해제하고 외자를 유치하여 고용을 늘릴 수 있게 된 여수시를 모범사례로 들며 “여수시 공무원들처럼 일하라.”고 지시하였다.
작은 하나의 마음들이 모아져 더 아름다운 도시를 가꾸어가는 여수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렇듯 여수의 봄기운이 북상하며 꽃들이 피고 경색된 여의도가, 청와대가 따스한 봄의 향연이 펼쳐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주 작은 배려 긍정의 효과다.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인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가 처음으로 발표한 이론이지만 나중에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고. 일반적으로는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아주 작은 것들, 하지만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엄청난 것들이 많다. 최근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벌이나 새, 곤충들이 옮겨주는 꽃가루의 경제적가치가 최대 726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작은 것들이 꽃가루를 운반해 식물이 결실을 맺게 해주는 수분활동의 경제적 효과가 이렇게 크다니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그것들로 인해 과학시대에 제동이 걸리는 일이 적지 않다. 새 때문에 비행기가 회항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공항에는 조류퇴치반이 전담 배치되었어도 다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새똥에 원자로가 가동정지되었다면 믿어지겠는가.
뉴욕 주 북부에 있는 ‘인디언 포인트’ 원자로는 작년 12월 14일부터 3일 동안 옥외 초고압 송전선의 전기흐름에 교란이 생기면서 갑자기 가동을 멈췄던 일이 있었다. 보통 송전선의 전기 공급 중단의 주 범인은 야생 다람쥐라고 생각하는 데 조사결과 새똥에 의한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필자는 가끔 청년들에게 큰 곳에서 작게 일하지 말고, 작은 곳에서 크게 일하라고 당부하곤 한다. 자신의 능력보다 더 창출될 수 있는 것은 크게 일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형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잘 먹혀들지 않는 주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만족도는 남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다. 순전히 나에게 있는 것이다. 자존심, 자존감 다 무너져가면서 비굴하기까지 급기야 실의에 빠지는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맘몬이 세상의 주인이 되거나 지배하지 못한다. 정신 빠진 사람들의 숭배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큰 것만이 다는 아니다. 잔디밭에 풀을 뜯는 소가 주인이 아니듯 새싹으로 소를 먹이는 작은 풀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새가 깃들이는 그늘로 자라기전 겨자는 아주 작은 씨였다.
친절한 한마디의 말과 내게 온 손님의 지갑을 챙겨주는 마음, 마음껏 투자해서 공존의 부를 함께 누리고자하는 여수시민들에게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았다. 모범적인 이름을 부여받은 여수처럼 작은 것들의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갈 소중한 꿈을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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