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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漵 칼럼

사제지간에는 정이다

[외부칼럼]사제지간에는 정이다
2015년 12월 23일(수) 09:33
정홍순 순천희락교회 목사/시인

[전남도민일보]정홍순 순천희락교회 목사/시인= 2015년 K리그 처음으로 MVP를 4회 수상한 선수는 이동국 선수다. 또한 K리그 최고 감독상 4회 수상자는 최광희 감독이다.

이동국은 2002, 2006년 월드컵 출전에 실패하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라이온 킹’이 아니라 ‘품바’라는 혹평을 받고 귀국하여 좀처럼 부진을 털지 못하였다. 최광희 감독은 2005년부터 전북 현대를 이끌고 있는 사령탑으로 2008년 하위에 그쳐 경질론까지 대두되기도 하였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시련기에 2009년 이동국이 전북 현대로 이적하면서 사제지간이 되었고 두 사람의 만남은 인생이 달라지는 변화를 맞게 되었다. 2015년 두 사람의 결실 앞에서 어떻게 하면 사제지간이 이런 관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은 모두의 관심이었다.

이에 “선수, 지도자가 아니라 가족 같은 관계다. 어느 순간부터는 주문하는 것도 없어졌다”고 감독은 말하고 “자연스럽게 믿고 따르지 않을 수 없도록 이끄신다.”고 선수는 대답한다. 이 두 사람의 사제지간에는 분명한 열쇠가 있다. 감독은 긍정적인 면만을 보고 부정적인 면은 신뢰로 해결하는 것이며 선수는 의리와 신뢰가 두텁게 있었던 것이다.

이동국은 국내의 최고 주가를 올리는 선수가 되었다. 중동의 한 클럽에서 4배 이상의 연봉을 제시받았을 때 “감독님이 나를 버리는 것은 괜찮지만 내가 감독님을 버릴 수는 없다.”고 단호히 고사하였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의리와 신뢰 속에서 이동국은 이제 ‘현대의 늘 푸른 소나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정(情)이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지내 오면서 생기는 사랑하는 마음이나 친근한 마음이라 하였다. 낱말 자체는 중국 한자에서 수용한 것이지만, 그 외연이며 내포는 한국인의 인간론적·사회적 그리고 생태적인 개성까지를 반영해온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은 한국인의 고유한 인간 본성의 하나다. 이는 인간 내면의 속성이면서 인간 행위로 나타나는 관계의 매듭을 엮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정인 것이다. 정이란 단어는 한 자이지만 다른 말에 섞여서는 의미를 분화시키고 자신을 해체시키는 독특한 우리의 말이다.

정은 마음의 훈기요 밝음이라고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므로, 인간의 인간다움 그 자체로 귀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마음의 다사로움과 밝음이 곧 한국인의 정이다.

이러한 조화와 더불어 하나가 되는 균정(均整)의 정신이 깃든 정을 실천한 사람들이 바로 이동국 선수와 최광희 감독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더욱 깊이 뒤돌아보아야 할 것이 <관계>일진대 스승과 제자 관계가 어떠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잘 못된 정으로 끈임 없이 들려오는 추문사건은 초등, 중등, 고등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단골 뉴스가 되었고, 인격을 키우는 학문의 전당이 돈벌이에 눈이 먼 기술 전수기관으로 전락하였으며, 갑을관계로 면학을 문란케 만드는 성적표가 양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존엄성이 무너진 현실에 통곡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오공대의 기말야식행사라든지 청도고등학교 1박2일 지리산 극기산행과 대구대 비호생활관 스승의 날 감사편지 쓰기, 덕산고등학교 사제지간 축구 등은 서로의 정을 나누는 미담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필자도 중학교 담임선생님과 지금까지 왕래하며 지내고 있다. 정을 나누는데 물질 보다도 마음 하나에 있음을 늘 감사로 보답하고 있는 중이다. 꼭 학교 선생님만이 스승은 아니다. 나를 가르쳐 이끌어주는 모든 사람은 다 스승이다. 그래서 스승에는 은혜라는 수식어가 붙여지는 것이다. 사제지간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관계인가. 스승은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며 제자는 스승을 잘 따르는 것으로 청출어람(靑出於藍)처럼 푸른 물이 가득 배듯 정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재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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