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민일보]정홍순 순천희락교회목사/시인= 순천시 최남단에 위치한 와온(臥溫)은 순천만 남도삼백리길이 시작되는 해변마을이다. 1600년경부터 형성된 4개 마을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마을 뒷산의 생김새가 누워있는 소의 형상을 닮았다하여 와온(臥溫)이라 하는데 소와 관련하여 소코바위, 구싯골, 똥뫼 등의 이름들이 아직도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새꼬막 종패 채묘가 개발되었고 국제람사르협약 연안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을 뿐만 아니라 갯벌체험 마을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여자만과 순천만을 아울러 고흥 팔영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일몰여행지로 각광받는 이곳에서 송수권 시인이 쓴 ‘적막한 바닷가’를 읊조리며 시심에 젖어보는 즐거움은 따뜻함과 애달픔이 깃들어 있는 마을이란 것을 금세 알게 될 것이다.
더러는 비워놓고 살 일이다/하루에 한번씩/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하루에 한번씩/저 뻘밭이 밀물을 쳐보내듯이/갈밭머리 해 어스름녘/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한 마리 해오라기처럼/먼 산 바래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또는 바삐바삐 서녘 하늘을 깨워가는/갈바람 소리에/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마지막 이 바닷가에서/캄캄하게 저물 일이다(「적막한 바닷가」전문)
또한 솔섬 사이로 넘어가는 해를 가리켜 나희덕 시인은 세 개의 해를 본다고 하였다. “해는 하나이면서 셋, 셋이면서 하나”(「와온에서」부분) 즉, 하늘에 하나 갯벌에 하나 솔섬에 하나인 노을 지는 해변을 예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해를 훔쳐가노라고 까지 한 노을의 절경지이다.
순천만의 갯벌과 갈대를 찍기 위해서 용산 전망대에 오르는 진사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노을 지는 와온을 두고 떠나는 진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성내리 와온 석양 찾는 사람들/햇빛 젖어 물든 바닥 더듬어/연신 목말라하는 사람들//진사들께 붉은 영혼이 웃는다// 노을빛 오기 전/그물에 걸린 고기처럼/몸부림친 사람들//노동이 생의 핍박될 수 없다/성실히 살아낸 하루//굵은 땀이 많이도 적었던 하루”(졸시,「순천만13-노을」전문)
이렇듯 멋스럽고 눈부신 삶의 현장인 해변공원에 공연무대와 전망대, 운동기구를 갖춘 테마공원으로서 우드데크로 만든 탐방로가 놓여 있는 곳을 더러는 잘 모르고 있었다고 입을 모으기도 하지만 이제는 찾는 이들로 넘쳐나고 있고 야외 결혼식장으로 추천할 만큼 공원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와온 해변은 지역주민들의 생활공간과 밀접한 위치에 있다 보니 가끔은 실망스런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공원에 화장실과 수도시설이 갖추어있지 않을 때는 마을회관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공연장 뒤에 실례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더러는 인근 밭작물을 손대는 이들도 있고 밤중에 갯벌에 내려가 그물을 염탐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오죽했으면 마을회관 화장실에 못질을 다 했겠는가.
전망대는 여러 사람들의 휴식과 경치를 감상하는 곳이다. 자리를 독점해서 고기를 굽고 술판을 벌이며 고성방가 하는 취객은 말할 것도 없고 불판이 놓였던 자리는 검게 탄 자국이 지금도 선명하다. 화장실은 음식찌꺼기와 아무렇게 나뒹구는 휴지들로 범벅이 돼 짐승우리는 저리 가라할 정도다.
우리들의 관람수준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공동사용수준은 아직도 수준이하에 머물고 있음이 가슴 아픈 일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그 집 살림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제는 공원의 기능을 고려해야 할 의무가 모두에게 있다. 쾌적한 자연환경만이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순수하게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일상적인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공원관리는 행정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대구대 장병관 교수가 제시한 것처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공원운동으로 우리가 만들어 갈 미래공원으로서 와온 해변공원이 환경공원, 문화공원, 시민공원이 될 수 있도록 양심 있는 이용을 적극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