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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漵 칼럼

순천만 짱둥어 마을

순천만 짱둥어 마을

정홍순/시인

2016년 11월 07일(월) 18:44
정홍순

[전남도민일보]철새들이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갈대를 베어 이엉 얹어 탐조대 세우고, 주변정리에 한창인 순천만 짱둥어 마을 위원장 이도연 씨를 만났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갯가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싱글벙글 일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는 영락없이 순천만 사람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순천시의 자유학기제 연계 진로체험 ‘꿈길’에 등록된 마을은 7개 마을이다. 순천용오름마을, 순천생태마을, 순천향매실마을, 순천꽃마차마을, 개랭이고들빼기마을, 순천만짱둥어마을, 거차뻘배체험장 등이다. 먹고, 즐기고, 배우는 농촌체험마을로 연계한 순천만 짱둥어 마을은 순천만 해돋이 명소인 화포 가는 길, 남도삼백리 제1길 해안선이 아름다운 장산마을에 위치해 있다.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날, 장산들로 날아오는 철새를 보는 것은 순천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치(情致)다. “은행나무 버럭 소리 지르며 잎 뿌리는 아침/당치도 않아 했는데/한꺼번에 떨어뜨릴 수 있는 것과/가지마다 물방울 거두어/차곡차곡 쌓을 수도 있는 것을/이제는 덩그마니 까치집만 남긴 나무에게서/지상의 염원이 무엇인지 아는 것일까/노랗게 나락이 고개 숙이면/갯벌이 붉어지던 장산들도/오늘 아침 까칠한 바람 품고 섰는데/빈들로 오는 누구의 기다림이었을까/토심만 깊은 것이 아니다/순천만을 가슴에 안은 갯벌이었으며/긴 산허리 풀어서 유년의 고향 두어/시나브로 날아들 수 있는 그리운 가슴이다/은행잎이 서둘러 귀향한 아침/가뭄에 지친 뿌리에 앉듯/효자 나고 열려 난 장산들에 새들이 온다/정절한 사랑 물고 백두대간 끝으로 온다”(졸시, ‘순천만 21-장산들에 오는 새는’전문)
농촌체험마을 여느 체험장이 다 그러하듯 분명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거차뻘배체험장만 가을까지 하고, 6개 체험장은 연중 체험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서당체험’이라는 이색 프로그램은 이도연 위원장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분야이다. 장산은 예로부터 예(禮)가 깃들여 있는 곳이다. 효자가 나고 열려가 난 정신적 문화유산을, 서당체험을 통해서 전할 수 있다는 것은 순천만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순천만 짱둥어 마을은 체험활동, 맛있는 먹거리, 즐거운 볼거리의 조화를 잘 구비한 순천만정원의 외부조건으로 손색 함이 없는 곳이다. 장산농어촌체험마을 영농조합 법인들의 노고가 깃들어 있는 공간으로 대나무낚시, 갯벌체험, 전통놀이와 짱둥어 구이, 문절이, 대갱이, 왕새우구이, 함초 부침개, 칠게 튀김 등을 먹을 수 있고, 함초밭, 갈대 둘레길, 특히 대추귀고둥 서식지를 둘러볼 수 있다.
조합원들과 땀 흘려 조성하고 있는 7천여 평의 함초밭은 염생식물과 저서생물의 보존에 이바지하고 있는 생태현장이기도 하다. 함초밭으로 나 있는 갈대 둘레길을 걷노라면 꾸지뽕나무가 잘 자라고 있고, 가장 가까이서 쉽게 염생식물과 저서생물을 볼 수 있다.
현재 순천만의 염생식물은 칠면초, 갯질경, 지채, 갯개미취, 나문재, 비쑥, 갯사상자, 순기비나무, 방석나물, 가는갯능쟁이, 갯메꽃, 퉁퉁마디, 기수초, 수송나물, 새섬매자기가 자생하고 있고, 저서생물 가운데는 멸종위기종이 4종이나 있다. 갯게, 대추귀고둥, 흰발농게, 붉은발말똥게가 있는데 순천만 짱둥어 마을에서 대추귀고둥을 볼 수 있는 것은 멸종위기종을 보존하기 위해서 환경단체와 협력한 노력이 그대로 반영된 곳이다.
이도연 위원장이 자랑하는 또 하나가 있다. 이는 가정의 중요성을 직시하며 만들어 낸 파티가 있다. 가정의 해체, 위기라는 말이 무성한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다 만들은, 가족들을 위한 ‘순천만짱둥어마을팜파티(Farm Party)’를 계획한 것이다. 마음껏 노래 부르고, 춤추고, 직접 생산한 먹거리를 즐기며 가족의 친밀감을 만끽 할 수 있게 한 프로모션 파티다.
올해 제1회를 시작으로 먼저 친가식구들을 불러 경험케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예전에 장산마을에서 하던 주민노래자랑의 일환에서 나온 것으로 농촌을 체험 할 수 있는 생산자와 향유자가 벌이는 직거래 파티가 굳건한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란다.
순천만 짱둥어 마을은 순천만정원과 연계한 체험공간으로 지속 발전되어야 할 곳이다. 이도연 위원장은 순천만정원만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 아니라 농촌체험마을에도 관심과 홍보를 더 지원해주기를 시에 바라고 있다. 관람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 경제창출까지 연계한 농촌체험마을이 각광받고 살아나기를 그는 바라며, 새로 만든 닭장으로 병아리를 들고 가는 뒷모습이 만추 한 그림의 한 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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