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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국 먹으며

 

아욱국 먹으며

 

정홍순

 

 

아욱은 이슬이 멎거든 뜯으라 하데, 여보

채소라고 아무렇게나 뜯는 게 아닌가 봐

살림, 구단까지 하려면

공부가 많아야겠어

먹는 사람 생각하면 아무 때나

뜯으면 어때

아욱을 생각하니 그렇겠지

 

아욱국이 참 맛나네

입이 즐겁고

덕분에 한 줄 더 청정하게 되었어, 여보

가끔 줄기가 거시기하지만

허투루 씹지 말라 넣었겠지

아욱국 앞에 두고

함초롬 내린 이슬이 보이네

머리칼 뿌리까지 하얗게 살아오는 동안

아픈 곳이 많았지

 

어제는 발이 땅 속으로 딸려 들어간다고

손잡아 끌며 산책했잖은가

당신 성한 곳은 말라버린 가슴뿐

위대한 어머니만 남았네

젖 물고 자라난 세 아이가

또 자식을 낳고 살아가고 있으니

여보, 화단에 다시 아욱을 놓세

꽃이 피는 아욱 곁으로

올망졸망 아이들 불러 앉히고

따뜻한 볕의 노래 한 국자씩 불러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