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산자고 캐던 오월의 悲歌
정홍순/순천 희락교회목사·시인 |
2016년 05월 09일(월) 1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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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민일보]입천장이 노랗게 꾀꼬리 새끼처럼 부르던 노래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윤석중 선생의 어린이날 노래가 입가에 잔뜩 묻어 있다. 이맘때쯤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밭둑이나, 냇둑으로 산자고를 깨러가곤 하였다.
오월이면 꽃은 다 지고 털이 보송보송하게 달린 무릇 같은 근경을 캐먹기 위해서다. 알싸한 맛이 나기도하고 달착지근한 맛에 딱히 군것질할 것도 없는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간식거리였다.
부모 손을 잡고 솜사탕이나 주전부리를 입에 물고 오월을 즐기던 아이들은 흔치 안았다. 자연히 괭이나 호미를 들고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면 자연물이 장난감이 되었고 군것질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투른 연장을 다루다 흔하게 다치기도 하였고 참 많이 울기도 하였다.
“굴뚝삐비 훑어먹고 검댕이 개칠한 공수부대 군인들 마냥 냇둑 싸돌아다니다 벌겋게 무너져 나자빠진 산모랭이 박쥐처럼 달라붙어 붉은 황토 찐득찐득 파먹다보면 해는 중천에서 서성거렸다// 바람막이 뚝 시영뿌리, 띠뿌리, 돼지감자 뒤지고 송기松肌 먹으러 어린소나무 장순 탐내다 날이 풀어지기 시작하면 목화송이도 요절내는 통에 병신소나무 산판의 눈물과 칠보단 이불은 꿈에도 모자랐다//걸핏하면 서리하다 보리꺼럭 목구멍에 걸려 죽어 자빠지던 뱃구레 거시우는 소리가 꾸룩꾸룩 거리고 밭둑에 오른 산자고 캐먹다 예사 마빡 터져도 눈퉁이 없는 괭이를 나무라지 않았다//그냥 몇 번 훌쩍거리다 눈물도 아껴먹곤 하였다”(졸시, ‘간식놀이’ 전문)
그렇게 눈물도 아껴먹곤 하던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부모를 봉양하고 처음으로 자식들에게 버림받는다는 ‘마처세대’(55-65세)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전쟁직후 베이비붐세대라고 불리는 약 900만 명의 사람들이다. 낀 세대들의 황혼을 어찌해야할까.
노후대책으로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연금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은퇴 후 30-40년의 노후를 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준비하는 낀 세대는 당장 막막하기만 하다.
사회적 안전망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복지에 더 많은 정부지출을 늘리기도 충분치 않은 처지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산업화, 경제발전으로 부를 축적한 기업과 소득계층의 자발적인 사회 환원은 왠지 부동 아니던가.
푸른 하늘 아래 우리들은 자랐다. 그리고 늙어가거나, 익어가고 있지만 황혼의 눈으로 노을을 바라볼 수가 없다. 다음 세대들에게 희망을 물려줄 수 있다면 고생한 것은 보람이고, 헤쳐 온 역경은 아름다운 보상으로 남을 것이지만 푸석푸석 꺼지는 희나리 같다.
빈곤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할까. 최근 검정고시나 대안학교 출신자들은 교육대학에 수시 지원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뉴스가 나왔다. 서울교대를 포함한 전국 11개 교육대학 모집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를 평가해 선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검정고시나 대안학교 출신들도 정시모집으로 시험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70% 이상을 수시로 뽑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과학·철학경시대회, 소논문 등 비교과 ‘스펙’으로 뽑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은 더 높아지고 있다. 결국 빈곤의 악순환이다. 돈 없는 사람들은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처참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어쩌나 내 자식과 자식은 오월 푸른 하늘 아래서 슬픔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비비새보다도 더 작은 가슴을 팔딱이며 지지리도 못나 가난한 지 애비의 가슴에 고개를 묻고 말이다. 사월도 슬프더니 오월도 참 슬프다.
오월이면 꽃은 다 지고 털이 보송보송하게 달린 무릇 같은 근경을 캐먹기 위해서다. 알싸한 맛이 나기도하고 달착지근한 맛에 딱히 군것질할 것도 없는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간식거리였다.
부모 손을 잡고 솜사탕이나 주전부리를 입에 물고 오월을 즐기던 아이들은 흔치 안았다. 자연히 괭이나 호미를 들고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면 자연물이 장난감이 되었고 군것질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투른 연장을 다루다 흔하게 다치기도 하였고 참 많이 울기도 하였다.
“굴뚝삐비 훑어먹고 검댕이 개칠한 공수부대 군인들 마냥 냇둑 싸돌아다니다 벌겋게 무너져 나자빠진 산모랭이 박쥐처럼 달라붙어 붉은 황토 찐득찐득 파먹다보면 해는 중천에서 서성거렸다// 바람막이 뚝 시영뿌리, 띠뿌리, 돼지감자 뒤지고 송기松肌 먹으러 어린소나무 장순 탐내다 날이 풀어지기 시작하면 목화송이도 요절내는 통에 병신소나무 산판의 눈물과 칠보단 이불은 꿈에도 모자랐다//걸핏하면 서리하다 보리꺼럭 목구멍에 걸려 죽어 자빠지던 뱃구레 거시우는 소리가 꾸룩꾸룩 거리고 밭둑에 오른 산자고 캐먹다 예사 마빡 터져도 눈퉁이 없는 괭이를 나무라지 않았다//그냥 몇 번 훌쩍거리다 눈물도 아껴먹곤 하였다”(졸시, ‘간식놀이’ 전문)
그렇게 눈물도 아껴먹곤 하던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부모를 봉양하고 처음으로 자식들에게 버림받는다는 ‘마처세대’(55-65세)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전쟁직후 베이비붐세대라고 불리는 약 900만 명의 사람들이다. 낀 세대들의 황혼을 어찌해야할까.
노후대책으로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연금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은퇴 후 30-40년의 노후를 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준비하는 낀 세대는 당장 막막하기만 하다.
사회적 안전망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복지에 더 많은 정부지출을 늘리기도 충분치 않은 처지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산업화, 경제발전으로 부를 축적한 기업과 소득계층의 자발적인 사회 환원은 왠지 부동 아니던가.
푸른 하늘 아래 우리들은 자랐다. 그리고 늙어가거나, 익어가고 있지만 황혼의 눈으로 노을을 바라볼 수가 없다. 다음 세대들에게 희망을 물려줄 수 있다면 고생한 것은 보람이고, 헤쳐 온 역경은 아름다운 보상으로 남을 것이지만 푸석푸석 꺼지는 희나리 같다.
빈곤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할까. 최근 검정고시나 대안학교 출신자들은 교육대학에 수시 지원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뉴스가 나왔다. 서울교대를 포함한 전국 11개 교육대학 모집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를 평가해 선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검정고시나 대안학교 출신들도 정시모집으로 시험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70% 이상을 수시로 뽑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과학·철학경시대회, 소논문 등 비교과 ‘스펙’으로 뽑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은 더 높아지고 있다. 결국 빈곤의 악순환이다. 돈 없는 사람들은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처참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어쩌나 내 자식과 자식은 오월 푸른 하늘 아래서 슬픔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비비새보다도 더 작은 가슴을 팔딱이며 지지리도 못나 가난한 지 애비의 가슴에 고개를 묻고 말이다. 사월도 슬프더니 오월도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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