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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어리굴젓

 

서산 간월도

 

서산 어리굴젓

 

정홍순

 

 

갯벌 공공사업장에 뿌려놓은 돌

꽃이 얼마나 핀지도 모르게 고향 떠나

살아 온지 40년이나 됐다

푸른 바다는 얼마나 재촉했을까

나는 다시 정 없는 돌 한 짐 지고가

꽃을 붙여야겠다

 

복사꽃 환하게 봄밤 밝히면

무젓을 먹었다

꽃게 발 깨물며 복사꽃 떨어지고 나면

박속밀국낙지탕을 먹었다

이 간드러진 맛들에서 단연 어리굴젓은

서산이 으뜸이다

 

전라도 음식 꽃은 홍어요, 말의 꽃은

금메라 하듯

어리굴젓은 내 고향의 음식 꽃이다

파들파들한 물 날개가 살아

시큼하고, 알싸하게

달작하고, 아릿하게

입 속을 유영하며 비위 살려내는 꽃이다

 

복사꽃 그늘 짙어지면

간월도 옹동할매 돌멩이마다 뿌려놓은

꽃 송이송이 종질개가 춤추고

석담, 갯담 꽃이 난다

꽃이 난다

석방 열고 서둘러 달려 나가는 소녀들의

노래가 자욱하게 피어난다

 

물길 가로막아도, 기름 떼 덮어도

다시 살아나는 꽃

천수만, 가로림만 꽃

입을 얼얼하게 한다 하였는가

어리고 작은 굴이라 하였는가

현란하게 어른거린다고 하였는가

찰밥 갈아 넣어 굴갓 쓰고 나오는 얼간

흐트러지지 않는 얼

 

소반에 올라

낙지젓, 소라젓, 새우젓 모두 이름 떨쳐도

이 얼간이 꽃만 한 것이 없다

신화를 깨고

화성에 로켓 쏘아 올린다 해도

대바구니에 씻어 담은 강굴, 이만한 별을

담아오지 못할 것이다

 

나는 밥상에서 고향을 이전한다

구전으로 물려준

시금시금한 이야기

제 물에 간 쳐 오돌오돌 살아서 씹히는

반상의 멋을,

단지 뚜껑만 봐도

어리가 붉게 발화하는 젓, 혼이 깨어나는

고향 상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