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배/ 정홍순
썰물 따라
장산 어머니가 몰고 나가시던
갈대밭 바람은 머리부터 왔습니다
느려터지게만 오는 줄 알았던
백발, 명중한 갈대가
맥 못 추고 흔들거리는 허리
한 손 부여잡고
목마르게 다그쳐 붑니다
생이 물러지면 갯벌만큼
고된 날들을 다 받아낼 수 있을까
설움이 엉겨들면
두루미처럼
두 팔 벌리고 사위어 출 수 있을까
밀물이 쓸쓸 쓸려옵니다
거품이 발목 잠기도록
기다리고 있는 내내
다가온 것은 주름진 물살뿐입니다
척척 돌아와 서는 뻘배
어머니는 공쳤습니다
갈대밭에서
관절 꺾어지는 소리만 들려옵니다
-<바람은 갯벌에 눕지 않는다>(2020. 시인동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