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별/정홍순
별이 많아서 좋다
햇볕에 시커멓게 그을린 어머니
눈이 한없이 빛나서 좋다
팥알이 붉어 나도록 키질하다
잠든 어머니 이마에
주름이 몰려가는 바람 서늘하다
팥꽃이 피던 날
더는 돌이킬 수 없이
노랗게 차던 밭둑으로
홀로 걸어오던 맨발이 또렷하다
가자, 가자
꽃처럼 잠기던 하늘
가을볕에 잘 익은
슬픈 것들이 많아서 좋다
이 땅에 태어나
밤이면 별을 보고 울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바람은 갯벌에 눕지 않는다>(2020. 시인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