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순 2022. 5. 17. 17:54

김문주 작 정홍순

 

 

남생이

 

정홍순

 

남생이가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

살아보려고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순간을 모면했다

다시 고개 내밀고 생각해본다

눈물이 밥

이상한 밥 먹으며

태어나기 전 죽은 놈이

더 낫다는 말을 읽었다

멀거나 가깝거나

그게 그것인 거리

백 년의 문양 짊어지고

꽃 밟을까 싶어서 발이 저려오는

못난 것

 

-《향단이 생각》(문학의전당,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