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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운다
정홍순
2020. 10. 22. 18:11
모래가 운다
정홍순
곡소리가 제일 긴 곳
십 리 모래가 운다
몸부림치다, 까무러치다 다시 운다
스스로를 물려받고 출생한
불온한 바다 명사십리에
가슴 터지는 여자가
바람을 원한다
여자는 오늘 울음꾼으로 여기에 왔다
부서지는 것들이
서로를 위무하는 곡간哭間에
시원하게 울어주고 싶어 왔다
제 서러움은 섞지 않을 것이다
마냥 울어주려고 왔다
고래등 같은 집이 무너져 돌무더기가 되고
게딱지 같은 집이 가루가 되게
사람이 없을 거라는 아모스의 말
그 말을 울러왔다
곡을 쳐 바다를 갈 것이다
파랑을 만들어
서리를 심는 여자가 될 것이다
애곡이 끝나도록
멍석말이 포말 몇 채 말아
힘센 정의가 다 죽었다고
하얗게 깔아놓고 울을 것이다
<사상과 문학>(2020.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