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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마을

정홍순 2020. 10. 5. 03:38

석류마을/ 정홍순

 

 

외로마을은 석류마을이다

석류꽃 피는 바닷가

그 길 걸어보지 않고서는

칠월을 말할 수는 없다

석류꽃이 피는 대로

석류꽃이 우는 대로

눈부신 사랑 보지 못하고

사랑을 말할 수는 없다

 

석류가 익는 날부터

깊은 소리로 불러주는 바다

갯벌 타고 온 노래에

빛나는 별의 이름으로 쓰면

가슴에 시리다

눈에 달게 맺히는 얼굴

외로마을은 노을마을이다

 

바다 건네 보내는

억새꽃, 한 장의 연서처럼

쌀안개가 자욱한 마을

햇살이 부서질라

나락 밭에

백로가 너울너울 흔들어

노을 뿌리는 석류마을

노르스름 유자도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