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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쓴 글씨
정홍순
2020. 9. 3. 16:39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땅에 쓴 글씨/ 정홍순 시. 이광희 그림
고추 심는 저이가 너보다 공부했으면
얼마나 더 했겠냐
무식이 난리 통에도 살게 했다
너는 보거라
흙 갈라 이랑 세우는 이치를 보거라
장 절 뒤적이다 예배 다 놓쳐도
농약병 던지고 살아난 사람이다
삶의 끌텅에 무슨 관 쓰겠다고
목숨에 손대지 못한 게 아니다
그것도 지긋한 막판에서 말이다
산다는 것 말이다
죄라는 것 말이다
발로 쓱 문지르면 끝날 줄 아느냐
너는 다시 보거라
하얀 고추밭
저이가 절절하게 쓴 글씨나 읽어봐라
▲이광희 作/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전속사진작가
[출처] 오코리아뉴스 - http://www.okore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