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漵 칼럼

정원에서 정원을 보다

정홍순 2017. 9. 27. 15:09
정원에서 정원을 보다/ 정홍순 시인
2017-09-27 오전 10:37:15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정홍순 시인 

     

    가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하늘은 푸르고 들판은 황금물결로 넘실거린다. 도심 속에도 가을이 찾아 왔다. 작은 화단과 베란다 화분에도 구월의 가을은 아름답다. 또 다시 꽃무릇이 구월을 아름답게 부르고 있어 조용히 산책을 나서고 싶은 마음이다.


    봄에 피는 꽃은 혼자서도 아름답고, 가을에 피는 꽃은 무리지어 아름답다 한 것처럼 어울려 피는 꽃에게서 살아가는 법의 아름다움을 또 하나 배운다. 지금 순천만국제정원에서는 ‘이미 가까운 정원’이라는 주제로 제4회 대한민국 한평정원 페스티벌<2017.09.09(토) ~ 2017.10.14.(토)>이 진행 중에 있다.


    금년 페스티벌은 학생부, 일반부, 작가부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는 55개 작품을 관람할 수가 있다. 필자는 작품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겨보기 위하여 이른 아침 무료개방 시간을 이용하여 정원을 찾았다.


    족히 두 시간여 동안 작품 전체를 돌아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기억-공존-미래’의 의미로 감상할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연둣빛 생명이 움트는 땅을 밟으며 행복했던 순간과 무성한 진초록의 녹음 속에서 예쁘게 커가는 나의 정원은 곧 가을을 노래하리라’한 그 설렘으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도심 속에서의 생물군집 서식지의 공간적 경계라는 비오톱(biotope)에 대한 작품들을 인상 깊게 볼 수 있었다. 정원을 보존하고 복원하려는 태도는 페스티벌이라서가 아니라 현대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자 대답이었던 것이다.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정답던 시절을 추억하며 정원으로 초대하는 작품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공존의 방식, 새로운 문화가 접목된 미래정원까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공간의미로 해석하고자하는 작가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있다.


    다양한 오브제로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학생들의 창작을 보며 가슴 한편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고, 앞으로 정원이나 조경문화 일선에서 일할 사람들은 주제해석, 재료활용, 작품구성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다. 또한 일상에서 휴식이나, 독서, 치유 공간 등으로 정원을 가꾸고자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순천시는 시민이 만들어 가는 정원의 도시 완성을 목표로 순천 마스터플랜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규모 확대 등을 통해 ‘대한민국 한평정원 페스티벌’을 영국의 첼시, 프랑스의 쇼몽에 버금가는 명성 있는 세계적인 정원 디자인전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원은 동서양의 정원형식이 들어있고 조성 방법의 차이점들이 있지만, 순천시가 계획하고 있는 목표를 감안한다면 아름다움과 휴식을 창조하고, 먹거리의 제공, 이 일에 몰두함으로써 긴장을 완화시키고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정서적 가치가 중요시되고 있음이 담겨져 있다.


    이처럼 필자는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정원에 대한 개념에서 ‘한평정원’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 정원하면 잘 꾸며지거나 구색이 갖추어진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붕 끝에 만드는 옥상정원(rooftop garden), 창문에 매어다는 창곁 화단(window box)과 그 밖의 실내 원예식물들이 도시지역에서 점차 인기를 얻고 있는 정원의 한 패러다임을 알게 된 것이다.


    폐품들을 이용하는 방법들에서 뿐만 아니라, 과학과 예술의 조화로 이루어지는 정원 가꾸기는 작은 분 하나로도 얼마든지 생활공간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필자는 정원에서 정원을 보며 ‘기억-공존-미래’의 의미를 찾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좋은 정원을 위하여 힘써야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개발의 억제기능이 들어있는 것이 순천만국가정원의 시작이었다. 이제는 국가에서 지정한 1호 정원이 되었다. 정원관리와 유지를 위해 인력과 경제적 부담이 갖는 어려움은 현실적인 사항이다. 하지만 상혼에 젖어가는 정원이 돼서는 안 된다. 수일 내 입장객 몇 만 명에 성패를 걸때가 아니다.


    또한 이벤트로 정원의 고유의미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벤트(‘물빛축제’)를 취재하기 위해서 신분증을 제시했다가 불응하여 돌아서 온 적도 있다. 물론 시로부터 위탁된 사업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세심한 것까지 지도 감독이 어렵겠지만 상혼 앞에서 갑질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였던 것이다.


    금년으로 네 번째인 ‘한평정원’은 앞으로 순천시의 세계적인 정원 디자인전으로 성공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정원 사업이 너무 잇속으로 치우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