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진주박물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를 하고 있다. 정유재란 7주갑(420년)을 맞아 정유재란 특별전을 지난 7월 25일부터 10월22일까지 열고 있기에 이른 아침부터 들뜬 마음으로 진주로 향했다. 박물관이 서있는 진주성 안에는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함께 나온 어린이들로 한층 더 마음을 설레게 했다. 파란 잔디와 잘 가꾸어진 조경이 어우러져 멋들어진 진주성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특별전은 정유재란을 주제로 하여 관련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는 가운데 임진년에 이어 전쟁이 일어나기 전 동아시아 삼국의 강화협상 과정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주요 사건과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쟁이 끝난 뒤 동아시아 삼국에 남긴 영향을 살펴보면서 일본과의 7년 전쟁이 갖는 의미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해설자가 두 시간여 동안 진지하게 안내하는 가운데 두드러진 몇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임진왜란은 어지간하면 알고 있지만 전쟁의 끝인 정유재란은 잘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진왜란과 노량해전이란 국한 된 역사를 가르쳤고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 바르게 알기, 정유재란 특별관에서 해설자는 더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기에 한 차원 높은 해설을 들을 수가 있었다. 정유재란을 조명하는 그림에서도 각기 다르게 그려지고 있는 병풍을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평양성탈환도’ ‘조선군진도병’ ‘부산진순절도’ ‘동래부순절도’ 등 임진왜란을 다룬 회화 외에 알려진 바가 없던 것으로 ‘정왜기공도병풍’(명의 시각)과 ‘울산성전투도’(일본군의 시각)를 통하여 당시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자료를 보게 된 것이다. 특히 정유재란이 세계전쟁이라는 것을 확실히 뒷받침해주는 그림이 있었는데 바로 ‘세전서화첩’이었다. ‘천조장사전별도 2면’의 그림을 보면 정유재란 당시 명군과 함께한 병사들 가운데 흑인병사들이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정유재란은 세계전쟁이었다는 반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징비록’(국보 제132호)을 비롯해 정유재란 관련 문화재 150여점(보물 10건 15점 포함)이 선보이고 있다. 특별전에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일본 수군 장수 구키 요시타카(1542-1600년)의 후손들이 대대로 보관해 온 임진왜란 당시 사용된 대장군전(大將軍箭)이다. 이는 실물로 남아 있는 유일한 문화재로서 일본 가라쓰시의 기탁으로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대장군전의 몸통은 가시나무로 만들었으며 중간 아랫부분에 쇠로 만든 날개 3개가 달려있는 것으로 천자총통에 이 화살을 실어 화약으로 쏘았고, 머리 부분에는 철촉을 박았는데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화살 몸통 중간 부분에 ‘加里浦 上 金等 造’라는 해서체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가리포는 완도에 설치된 수군 첨절제사진이 있던 곳으로 전라우수영 관할이었다. 필자에게 대장군전만큼이나 특별하게 조명되는 문화재는 유성룡의 ‘징비록’이었다. 임진왜란 특성화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동아시아 시각에서 정유재란의 실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시도하고 있는 전시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전쟁 당시 주요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전쟁의 전모를 조명하며, 종전 이후 삼국에 전란이 끼친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 5부로 구성되어 있는 전시에 제 4부에 해당하는 ‘전쟁의 기억-사람들’편에는 ‘징비록’ ‘쇄미록’ ‘금계일기’ 등 기록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비추어주고 있다. 전시 4부에서 유성룡의 ‘징비록’ 진본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큰 만남이었다. 유성룡은 ‘나는 지난 일을 경계하며 앞으로 후한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한다’는 시경을 인용 징(懲 아픈 적이 있어서 경계할 줄 안다)비록을 남겼는데, 방비를 하지 못하여 전국토가 불에 타버린 참혹했던 임진왜란의 경험을 교훈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계하자는 뜻에서 책의 제목을 ‘징비록’(懲毖錄)이라 하였던 것이다. 왜적을 막아내기 위해 가리포의 장인이 만들어 진상한 화살은 우리의 것으로 남아 있지 않지만, 그 대장군전을 보며 아픈 적이 있어서 경계할 줄 안다는 교훈을 위해 쓴 유성룡의 가르침이 오늘 우리들의 상황과 현실에서 각인해야 할 정신적 무기임을 감안할 때 대장군전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겠지만 ‘징비록’은 우리의 가슴에 박혀야할 화살과 같다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정신을 차려야한다. 420년 전과 같은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박물관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전시가 정유재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16세기 조선에서 일어난 동아시아 국제전쟁이 갖는 현재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라 함같이 대장군전을 빌려 보면서, 징비록을 살펴보면서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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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홍 순 시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