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漵 칼럼

진달래마을 이장님

정홍순 2016. 5. 23. 22:22

[외부칼럼] 진달래마을 이장님

정홍순/순천 희락교회목사·시인

2016년 05월 23일(월) 19:34

[전남도민일보]인간이 태어나 한 세상을 살면서 마지막 흙으로 다시 돌아가기까지 인생의 여정에서 아름다운 노후를 가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행복하게 살고 행복하게 돌아갈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는데 있지 않는가.

누군가 존귀한 생명을 위해 눈을 돌려 삶의 진정한 가치를 묻고 살아가는 이가 있다면 그 땅은 복이 있고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 분명하다. 여수에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곳이 많은 남도의 땅이다. 이런 여수에 스스로 찾아가 마지막 인생을 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바로 진달래마을일 것이다.

마을 이름이 진달래다. 친화적이고 친근감이 넘치는 이름, 어르신들 입에서도 잊히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되는 이름인 진달래마을은 여수가 자랑하는 노인요양시설이다. 2014년 1월 16일 개원하여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는 신미경 교수(청암대학교)를 원장님이라 하지 않고 주변 마을사람들까지도 이장님으로 통하고 이장님이라 부르고 있다.

진달래마을에서 사람 살아가는 법이라면 뒤치다꺼리나 해주고 수발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설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새 옷을 갈아입은 사람들 같이 제2의 인생을 펼치는 것이라고 이장님은 진달래마을의 유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원훈에도 담고 있는 것처럼 고품격서비스로 어르신과 가족에게 감동을 주는 마을임을 자처하고 있으며 가정과 같은 생활 서비스 제공, 어르신의 자존능력 유지 및 향상, 지역주민과의 교류 촉진을 운영방침으로 삼고 있는바와 같이 하나 하나에 이장님의 철학이 배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소에 이장님은 임제 스님의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인용하곤 한다. 어디서든 주인으로 살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 데 프랭크퍼트는 수처작주의 세 가지 조건을 주는 것, 맛보는 것, 견디는 것이라 하여 곧 그것은 생의 보람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생의 보람 된 일을 이장님은 펼치고 있으며 어르신들은 생의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진달래마을에 올라서면 나지막한 뒷동산이 포근히 감싸 안고 있으며, 발 아래로 풍류저수지가 펼쳐져 있고, 커튼을 열면 풍경으로 가득 들어오는 창과, 하늘에서 내려오는 채광이 건물 안으로 깃들어 내린다. 한 마을의 전경이 그대로 살아있도록 설계된 것 또한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식당과 조리시설을 맨 위층인 4층에 설치하였는데 음식냄새도 때로는 편안한 분위기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1층 접견실에는 도란도란 카페를 만들어 차와 음악,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쉴 수 있는 문화공간을 두었고, 프로그램 실은 마을회관이라는 따뜻한 이름을 붙였다.

진달래마을과 연계하여 실시하고 있는 사업들은 차지에 두더라도 이장님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섬기미들은 잔칫집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람이 가득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다. 이장님을 따라 어르신들이 산책하는 미로를 걸으며 길을 잃지 말라고 벽에 마을 색으로 칠한 곳곳마다 계절에 어울리는 시를 걸어두었다. 문화와 예술, 이야기가 끊임없이 살아 숨 쉬는 내 집과 같은 고향정서가 물신 풍기는 곳이 진달래마을이다.

잠간의 견학이었지만 감동은 너무 컸다. 한 사람의 생각과 인간 사랑의 끊임없는 실천이 이러한 복된 땅을 일구어 냈다 싶으니 이장님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노인복지에 투신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거울처럼 비쳐지기를 맘속으로 빌며 한 수 시를 적어 드린다.

“거문도 해풍 속에서 태어난/새파란 쑥이 돌에 새긴 미소가 천년이다//복산 진달래마을 진달래 바람 끝 갈면서/피는 꽃송이가 총총하고//여자만 섬달천에 자욱하게/해무 펴 부느라 꺾은 갈대/피리가 수천 개다//복개도 불어오는 노을가지에/새들이 우수수 내리는 날//먼저 뜬 별이 나중 뜬 별보다 더 진하다”(졸시, ‘여수에는’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