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漵 칼럼

민중의 삶이 정치 방향이다

정홍순 2016. 3. 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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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삶이 정치 방향이다 / 정홍순 시인
2016-03-28 오전 10:55:15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정홍순 시인

     


     

    매화꽃과 산수유가 지고 난 섬진강 변에는 벚꽃이 상춘객을 불러들이고, 진달래가 길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지리산을 둘러 꽃 잔치가 벌어진 남녘은 벌써 해룡면 선월마을에서 첫모내기를 하였다.


    이유를 물을 틈도 없이 봄은 다시 왔고 보내노라 말할 틈도 없이 겨울은 가고 있다. 그리움만 남긴 채 피는 산수유가 더 진한 까닭을 이렇게 시로 적으면 어떨까. “꽃으로/터져 버린/그리운 사람/가슴 멍울 지다”(졸시, ‘산수유’전문)


    사람은 그 부모보다 그 시대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삶의 현장을 보는 것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신영복은 민요를 따라가는 일은 곧 건강하게 살아 숨 쉬는 민중적 삶의 현장을 찾는 일이 되는 것이라며 방향의 화두를 던졌는지 모른다.

     

    꽃구경도 하고 겨우내 입맛 없는 입을 달래려 망덕포구 벚굴을 먹는다면 섬진강은 겨우내 비손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벚굴은 벚꽃같이 생겼기도 하지만 손바닥을 마주한 것처럼 기도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강물 속에서 지상의 속내를 빌어주고 있는 섬진강 어머니 같으니 말이다.


    먹을거리로 입에 담는 맛이야 비위에 닿지 않으면 못 먹거나 찾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시대와 사람이 맛이 없으면 정나미가 떨어지는 것이다. 하여 맛에 대해서만큼은 가장 민감한 것이 사람과 시대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것에 애착이 생기는 마음을 정나미라 하지 않는가. 정나미 떨어진 사람을 어찌 그리워하며 정나미 떨어진 시대를 어찌 연대할 수 있고 정나미 떨어진 정치가를 어찌 더불어 함께할 지도자라 칭할 것인가. 그래서 예수는 한마디로 ‘뱉어버린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맛이 잘 들은 사람 하나, 맛이 잘들은 시대를 만나는 것은 복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법적 일수에 따르다보니 4·13 총선이 됐지만 세월호가 엎어진지 만 2년이 되는 날 사흘 앞두고 국회위원을 뽑을 처지가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정책도 없는, 있다고 해도 겨우 돈 끄러다 쓰겠다는 명함을 손에 쥐고 있자니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정당정치는 공천하는 과정을 통해서 신물이 났고 민주정치는 독선과 보복으로 썩었고 대의정치는 부정과 반칙으로 탈선한 아류들의 이합으로 맛을 잃게 되었다.


    춘곤을 해결하는 되는 제철음식인 봄나물이나 신선한 해산물을 많이 먹어야하는 것처럼 신명 돋게 할 제철정치가 돋아나기를 비손하며 민중의 한탄과 아픔인 세월호 추모 곡에 귀를 묻고 있자니 눈물이 난다.


    파페라 가수 임형주가 번안하여 소개한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듣는다. 1932년 미국 볼티모어의 주부 메리 프라이가 지은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A Thousand Winds)’는 모친을 잃고 상심해 있던 이웃을 위로해 주기 위해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위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전승되던 작자미상의 시를 프라이가 영작하여 이웃에게 전달해 준 것 뿐이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중은 언제나 더 큰 군주로 살아가고 있다.


    방향은 위아래도 있고 좌우도 있지만 쌍방에서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죽기까지 받들 수 있는 민중적인 삶이 배어 있어야 한다. 더욱이 정치는 수종적인 자세로 섬김이 없으면 결국 일신의 영달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관객 없는 홀로 극이 되어 막을 내리고 마는 것이다.


    작년 진도에는 수천의 바람개비가 돌고 돌았다. 바람에 의해 돌아가는 바람개비같이 잘 돌아가는 정치를 기다리며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위로하는 가사처럼 정치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련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6-03-28 07:03 송고 2016-03-28 10:55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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