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漵 칼럼
창자가 끊어진다 전해라
정홍순
2016. 1. 13. 15:33
[외부칼럼]창자가 끊어진다 전해라 |
2016년 01월 13일(수) 1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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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민일보]정홍순 순천희락교회 목사/시인= 가수 이애란이 ‘백세인생’이란 노래로 25년의 서러운 무명생활을 털어냈다.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아직은 쓸 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구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처럼 노랫말이 구수한 가락과 창법으로 시대풍자적인 대리만족감까지 곁들이고 있어 금세 매료되는 노래다.
올해는 사람 닮은 지혜의 동물 원숭이의 해이다. 원숭이가 사람 사는 세상 우매함을 깨우쳐 줄 때가 있어 필자는 ‘백세인생’을 패러디해 단장(斷腸)의 일화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창자가 끊어진다는 말을 단장이라 한다. 단장이란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야기로, 원숭이 새끼와 이별하는 어미 원숭이가 슬피 울며 기슭을 따라 내려오다가 죽고 말았는데, 그 배를 갈라 보니 장(腸)이 조각조각 끊어져 있었다고 하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몇 해 전 지인들과 여수에서 아귀탕을 먹고 나오다. 아귀를 손질하는 주인이 “애 빠진 아귀는 아귀도 아녀”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예전에는 생선 축에도 들지 못하던 아귀가 훌륭한 탕과 찜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어족이 되었다. 역시 아귀탕에는 애 맛이 제일이다. 애는 몹시 조급하거나, 초조할 때 흔히 애간장이 탄다고 하는 말을 쓰는데 창자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네 삶에는 끊어지는 듯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참으로 많다. 노랫말 속에서도 익숙한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담겨져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미아리고개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 북쪽의 유일한 외곽도로였기 때문에 전쟁 발발 초기에 인민군과 국군 사이의 교전이 벌어진 곳이었다. 인민군이 후퇴할 때 피랍된 사람들과 가족들은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배웅해야 했다. 작사가 반야월은 자신의 어린 딸을 전쟁 중 피난길에 잃은 개인적 경험과 연결지어, 미아리고개에서의 이별이라는 주제로 가사를 썼던 것이다.
여수 여정식당 아귀탕 한 투가리씩하고 어물전 들러 나오는 길에/칼질하던 아낙은 훤칠하게 아귀 배 가르고 있던 참인데/애 빠진 탕은 탕도 아니라하네//그런 것/내장이 환장하게 맛났던 것이다/애로 움직거리던 미아리고개 넘어/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넘던 여리고에서/오늘은 동인이 아버지 손양원 목사 순교지 좌수영로로 나오다/불러진 배를 만졌다//무일푼 그이 눈먼 그이 절름발이 그이 나병 그이 난쟁이 그이 성 밖 그이/배냇병신 그이 귀먹고 말 못하던 그이 중풍 그이 몸 팔던 그이 세관 그이/귀신 들린 그이 개가 핥던 그이 간질병 그이 무덤 속의 그이 천박한 그이/부랑하던 그이 가장 천한 그이 맨 끝자리 그이 어린 그이 새끼 잃은 그이/강도당한 그이 날품팔이 그이 하혈하던 그이 손 마른 그이 들것실린 그이/모가지 잘린 그이 머리끄덩이 달리던 그이 고함치던 그이 철철 울던 그이//아귀 뱃속에서나 뒤져 나올 이름들//고스란히 애끌이던 갈릴리 사람 예수를 움직이게 한 말이 어디/동정이거나 자비 혹은 연민이었던가 말이지//양자강원숭이 창자 끊어져 죽은 어미처럼/동인이 아버지 그 애달픔이 무엇이었는지/도막도막 지피는 길 삼거리 둔덕쯤에서/동백 속으로 걸어가는 붉은 노을, 칼 치는 미소가 하늘을 갈랐다(졸시, 「애끓는 탕」전문)
때로는 원숭이만도 못한 것이 어미라고 제배로 낳아 쓰레기통에 버리는 비정한 것들이 있는가하면, 저항한번 하지 못하고 애비에게 맞아죽는 원숭이 새끼만도 못한 어린것들도 있고, 한꺼번에 수백 명을 수장시키고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는 못된 놈도 있으며, 관광시켜주겠다고 생면부지인 섬에다 어미애비를 버리는 막된놈들이 사는 나라, 저희들만 배불리며 살겠다고 안하무인 한 부자들과 독충처럼 심장의 피를 빨고 사는 나쁜 종교지도자들, 나라야 어떻게 되던 정권유지에 급급한 잡배들에게 창자가 끊어진다 전해라. 다 거론하지 못했지만 거기도 창자가 끊어진다 전해라.
올해는 사람 닮은 지혜의 동물 원숭이의 해이다. 원숭이가 사람 사는 세상 우매함을 깨우쳐 줄 때가 있어 필자는 ‘백세인생’을 패러디해 단장(斷腸)의 일화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창자가 끊어진다는 말을 단장이라 한다. 단장이란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이야기로, 원숭이 새끼와 이별하는 어미 원숭이가 슬피 울며 기슭을 따라 내려오다가 죽고 말았는데, 그 배를 갈라 보니 장(腸)이 조각조각 끊어져 있었다고 하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몇 해 전 지인들과 여수에서 아귀탕을 먹고 나오다. 아귀를 손질하는 주인이 “애 빠진 아귀는 아귀도 아녀”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예전에는 생선 축에도 들지 못하던 아귀가 훌륭한 탕과 찜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어족이 되었다. 역시 아귀탕에는 애 맛이 제일이다. 애는 몹시 조급하거나, 초조할 때 흔히 애간장이 탄다고 하는 말을 쓰는데 창자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네 삶에는 끊어지는 듯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참으로 많다. 노랫말 속에서도 익숙한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담겨져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미아리고개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 북쪽의 유일한 외곽도로였기 때문에 전쟁 발발 초기에 인민군과 국군 사이의 교전이 벌어진 곳이었다. 인민군이 후퇴할 때 피랍된 사람들과 가족들은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배웅해야 했다. 작사가 반야월은 자신의 어린 딸을 전쟁 중 피난길에 잃은 개인적 경험과 연결지어, 미아리고개에서의 이별이라는 주제로 가사를 썼던 것이다.
여수 여정식당 아귀탕 한 투가리씩하고 어물전 들러 나오는 길에/칼질하던 아낙은 훤칠하게 아귀 배 가르고 있던 참인데/애 빠진 탕은 탕도 아니라하네//그런 것/내장이 환장하게 맛났던 것이다/애로 움직거리던 미아리고개 넘어/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넘던 여리고에서/오늘은 동인이 아버지 손양원 목사 순교지 좌수영로로 나오다/불러진 배를 만졌다//무일푼 그이 눈먼 그이 절름발이 그이 나병 그이 난쟁이 그이 성 밖 그이/배냇병신 그이 귀먹고 말 못하던 그이 중풍 그이 몸 팔던 그이 세관 그이/귀신 들린 그이 개가 핥던 그이 간질병 그이 무덤 속의 그이 천박한 그이/부랑하던 그이 가장 천한 그이 맨 끝자리 그이 어린 그이 새끼 잃은 그이/강도당한 그이 날품팔이 그이 하혈하던 그이 손 마른 그이 들것실린 그이/모가지 잘린 그이 머리끄덩이 달리던 그이 고함치던 그이 철철 울던 그이//아귀 뱃속에서나 뒤져 나올 이름들//고스란히 애끌이던 갈릴리 사람 예수를 움직이게 한 말이 어디/동정이거나 자비 혹은 연민이었던가 말이지//양자강원숭이 창자 끊어져 죽은 어미처럼/동인이 아버지 그 애달픔이 무엇이었는지/도막도막 지피는 길 삼거리 둔덕쯤에서/동백 속으로 걸어가는 붉은 노을, 칼 치는 미소가 하늘을 갈랐다(졸시, 「애끓는 탕」전문)
때로는 원숭이만도 못한 것이 어미라고 제배로 낳아 쓰레기통에 버리는 비정한 것들이 있는가하면, 저항한번 하지 못하고 애비에게 맞아죽는 원숭이 새끼만도 못한 어린것들도 있고, 한꺼번에 수백 명을 수장시키고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는 못된 놈도 있으며, 관광시켜주겠다고 생면부지인 섬에다 어미애비를 버리는 막된놈들이 사는 나라, 저희들만 배불리며 살겠다고 안하무인 한 부자들과 독충처럼 심장의 피를 빨고 사는 나쁜 종교지도자들, 나라야 어떻게 되던 정권유지에 급급한 잡배들에게 창자가 끊어진다 전해라. 다 거론하지 못했지만 거기도 창자가 끊어진다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