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漵 칼럼

다문화시대와 세시풍속

정홍순 2016. 1. 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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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시대와 세시풍속/ 정홍순 시인
2016-01-05 오전 9:21:23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새 달력을 넘기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날은 설날이다. 양력설과 음력설을 자연스럽게 살펴보지만 아직도 양력설은 익숙하지 못하다. 그런 가운데 양력설을 신정이라 하고 음력설을 구정이라 하여 용어를 잘못 쓰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두 가지 설이 공존하고 있는 셈인데 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중국 역사서에 신라의 정월 초하루 풍경이 소개된 것으로 설의 역사가 아주 오래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1896년 양력이 수용되면서 신정과 구정으로 구분되었고 일제 강점기에는 양력설을 강요하면서 설 쇠는 풍속까지 핍박을 받았던 것이다.


    1985년 민속의 날로 지정된 후 1989년에서야 본명인 설날을 찾게 되었지만 아직도 달력에는 양력설을 신정이라 표기하고 있는 중이다. 신정을 어학사전에서는 ‘음력에 의한 고유의 설이 아니라 양력에 의한 새로운 설이라는 뜻으로, 양력 1월 1일을 이르는 말’이라고 적고 있다. 이렇듯 신정과 구정을 혼용하는 용어 속에 고유한 민족의 뼈아픈 역사가 있음을 인식하고 바르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설은 여러 측면에서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세시풍속을 이어가는 측면, 재회하는 만남의 측면, 민심을 알 수 있는 정치적인 측면들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부모들이 자녀들을 찾아 역귀성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고향을 찾아 설을 쇠는 사람들이 더 많은 편이다. 한 자리에 모이기에 힘들었던 가족들과 친지, 이웃들이 반가이 재회를 하며 이러한 자연스런 만남으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기에 국민들의 민심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는 우리 고유의 설 문화이다. 가족의 어른과 조상들에게 한 해의 평안을 기원하는 차례와 세배를 드리고 설빔을 받는다. 요즈음에는 설빔에 대한 개념도 잘 모르는 어린이들도 많은 편이다. 설날이 되면 새 옷이나 신발을 받는데 옛날에는 가난한 가정이 많았기 때문에 설날이면 옷이나 신발을 새것으로 장만해주니 설을 기대하는 어린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한동안 글로벌시대라는 세계지향적인 말을 자주하면서 살았다. 이제는 다문화시대라는 공동체적인 말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다문화 가정들이 많이 늘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 <2015 보건복지통계 연보>의‘결혼이민자 출신별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사위가 2만 2801명이고, 며느리가 12만 8193명으로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한 눈에 보아 알 수 있다.


    음력을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친척이 모이고 결혼 후에도 가족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우리만의 독특한 가정문화가 부럽고 이색적으로 비춰진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 민족 고유의 설 문화가 변화돼가는 생활 속에서 세시풍속도 따라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유의 설 문화가 변질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스스로 되물어야 할 때이다.


    다문화에 대한 긍정어린 생각도 많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값싼 인력을 대량으로 끌어들이는 자본의 논리이거나 경제적 담보로 종교자유국가의 허를 찔리는 이방세력들을 묵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공익광고의 다문화 다리 프로젝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해와 소통,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식을 폄하하는 광고에 있다. <외국에 살면 외국인이고 한국에 살면 한국인입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광고인가.


    문화는 정신인데 정신 빠진 일이 아니던가. 이 논리에 의하면 해외동포는 분명히 외국인이다. 다문화시대가 되면서 사람과 사람을 잇고, 문화와 문화를 잇자하지만 정체성 없는 호국인(好國人) 모습으로 전락하는 슬픈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겠는가.


    국제화를 핑계로 외국 따라잡기에는 열심이지만 정작 우리 문화에 대해서는 외국인들보다 무지한 처사가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세시풍속이나 놀이를 더 잘 알고 행하는지, 한글을 쓰고 말하는데 외국인보다 더 능숙한지 스스로는 잘 알 것이다. 관광안내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겨우 명맥을 잇다 없어질까 심히 두려운 것이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이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6-01-05 09:2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