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漵 칼럼
을미년을 보내며
정홍순
2015. 12. 30. 11:35
[외부칼럼]을미년을 보내며 |
2015년 12월 30일(수) 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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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도민일보]정홍순 순천 희락교회목사/시인=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조용히 허공에 대고 작별을 고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기약 없이 헤어질 때 ‘아듀(Adieu)’라고 하는데, 그건 “이제 당신을 신(dieu)께 맡긴다”는 뜻이라 한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는 것이 인간사 일이라지만 2015년은 더없이 안녕보다는 아듀라는 말로 인사를 나누고 싶은 것은 필자만의 소회가 아닐 것이다. 작별은 만남보다 더 진실 한 면을 가지고 있다. 마치 죽음 앞에서 하는 고백성사처럼 말이다.
십 년 전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라는 편지 한 장 남겨두고 고국 오스트리아로 떠난 마리안과 마가렛 두 수녀가 생각난다. 마리안 수녀는 1959년에, 마가렛 수녀는 1962년에 소록도에 들어와 40여년을 소록도 천사로서 살았다. 두 수녀는 장애교정수술을 도왔고 한센인 자녀를 위한 영아원 운영 등 보육과 자활정착사업에 헌신하였다.
소록도에서는 이 두 수녀를 ‘할매’라 불렀다. 지금은 떠나 있지만 늘 할매로 기억되고 생각나는 소록도의 꿈이다.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우리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해왔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 생각한다”며 가지고 왔던 가방하나 들고 다시 돌아가는 항구엔 갈매기가 울어 보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녹동에 가면 사마리아 사람 같은 두 할매가 생각나고, 기도를 삶으로 삶을 기도로 살다간 마더 테레사 수녀가 생각난다.
테레사 수녀 또한 빈자의 성녀라 일컫고 있는데 성인(聖人)의 반열에 오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교황청은 자비의 희년(2015. 12. 8-2016. 11. 20)을 맞아 테레사 수녀를 성인으로 추대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성인의 시성 조건으로 두 개 이상의 기적이 나타나야 한다. 2002년 테레사 수녀 타계 1주년 특별 기도회에 참석한 30대 인도 여성의 암 종양이 모두 사라져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로 추대되었다가 2008년 다발성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브라질 남성 환자가 테레사 수녀에게 완치를 바라며 기도한 뒤 완치되어 프란체스코 교황이 이를 두 번째 기적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콜카타의 성녀 테레사 수녀는 평생 봉사의 삶을 살다간 실천 인이다. “항구에 머물 때 배는 언제나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라고 한 존 A. 셰드의 말처럼 자신들을 크게 사용한 우리의 선한 이웃들이 세밑에서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한 해를 돌아보며 교수들은 昏庸無道(혼용무도)를 올해의 고사성어로 정했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고 있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가운데 ‘무도’를 더한 표현이다.
잊을 수 없는 성녀, 성인이 우리들 기억에 새겨져 있는 것처럼 대통령도 성군으로 오래 기억될 수는 없을까. 필자의 지인은 나이 먹는 것은 서럽지만 한 이년 빨리 지났으면 싶다고 슬픈 한 해를 접고 있다. 다시 총선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 앞에 서면 등을 돌려 외면하고 싶은 이유가 작금의 솔직한 생각들이다. 그래도 젊은 청년들이 있기에 희망의 고삐를 놓고 싶지 않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지난날보다 더 하겠는가. 그러니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낙담은 말고 한 해를 묻어 보내며 버려진 사람을 두고 돌아서지 않은 소록도 천사들처럼, 흉악한 바람에 맞서서 기도로 삶을 나누어준 테레사 수녀처럼 젊음을 살았으면 싶다.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기업인 최고의 어록으로 꼽힌 ‘이봐 해봤어’라는 정주영 회장의 말을 가슴에 담으며 새해 병신년에는 모두다 안녕의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는 것이 인간사 일이라지만 2015년은 더없이 안녕보다는 아듀라는 말로 인사를 나누고 싶은 것은 필자만의 소회가 아닐 것이다. 작별은 만남보다 더 진실 한 면을 가지고 있다. 마치 죽음 앞에서 하는 고백성사처럼 말이다.
십 년 전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라는 편지 한 장 남겨두고 고국 오스트리아로 떠난 마리안과 마가렛 두 수녀가 생각난다. 마리안 수녀는 1959년에, 마가렛 수녀는 1962년에 소록도에 들어와 40여년을 소록도 천사로서 살았다. 두 수녀는 장애교정수술을 도왔고 한센인 자녀를 위한 영아원 운영 등 보육과 자활정착사업에 헌신하였다.
소록도에서는 이 두 수녀를 ‘할매’라 불렀다. 지금은 떠나 있지만 늘 할매로 기억되고 생각나는 소록도의 꿈이다.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우리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해왔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 생각한다”며 가지고 왔던 가방하나 들고 다시 돌아가는 항구엔 갈매기가 울어 보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녹동에 가면 사마리아 사람 같은 두 할매가 생각나고, 기도를 삶으로 삶을 기도로 살다간 마더 테레사 수녀가 생각난다.
테레사 수녀 또한 빈자의 성녀라 일컫고 있는데 성인(聖人)의 반열에 오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교황청은 자비의 희년(2015. 12. 8-2016. 11. 20)을 맞아 테레사 수녀를 성인으로 추대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가톨릭에서는 성인의 시성 조건으로 두 개 이상의 기적이 나타나야 한다. 2002년 테레사 수녀 타계 1주년 특별 기도회에 참석한 30대 인도 여성의 암 종양이 모두 사라져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로 추대되었다가 2008년 다발성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브라질 남성 환자가 테레사 수녀에게 완치를 바라며 기도한 뒤 완치되어 프란체스코 교황이 이를 두 번째 기적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콜카타의 성녀 테레사 수녀는 평생 봉사의 삶을 살다간 실천 인이다. “항구에 머물 때 배는 언제나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라고 한 존 A. 셰드의 말처럼 자신들을 크게 사용한 우리의 선한 이웃들이 세밑에서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한 해를 돌아보며 교수들은 昏庸無道(혼용무도)를 올해의 고사성어로 정했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고 있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가운데 ‘무도’를 더한 표현이다.
잊을 수 없는 성녀, 성인이 우리들 기억에 새겨져 있는 것처럼 대통령도 성군으로 오래 기억될 수는 없을까. 필자의 지인은 나이 먹는 것은 서럽지만 한 이년 빨리 지났으면 싶다고 슬픈 한 해를 접고 있다. 다시 총선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 앞에 서면 등을 돌려 외면하고 싶은 이유가 작금의 솔직한 생각들이다. 그래도 젊은 청년들이 있기에 희망의 고삐를 놓고 싶지 않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지난날보다 더 하겠는가. 그러니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낙담은 말고 한 해를 묻어 보내며 버려진 사람을 두고 돌아서지 않은 소록도 천사들처럼, 흉악한 바람에 맞서서 기도로 삶을 나누어준 테레사 수녀처럼 젊음을 살았으면 싶다.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기업인 최고의 어록으로 꼽힌 ‘이봐 해봤어’라는 정주영 회장의 말을 가슴에 담으며 새해 병신년에는 모두다 안녕의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